현대시인 27人의 명시 산책길
詩와 노래가 있는
물소리 바람 소리에
알알이 익어 가는 詩人의 노래
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외 52편 수록되어 있다. 초기에는 모든 시에 제목이 없었고 모두 후에 붙여진 제목이다. <언덕에 바로누워>,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오-매 단풍 들것네> 등 우리 땅과 자연에 대한 토속적 서정이 듬뿍 담긴 작품이 담겨있으며, 일제강점기 식민지 백성의 슬픔과 눈물을 표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