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시인은 특별히 예술 분야에 선구적 사명이 부여된 것이다. 현대 서구 문학에 있어서 시인의 영도성과 영향력이 회화 부면에까지 이른 것을 평론가도 차라리 그의 발상정리와 이론구성으로 뒤치다꺼리를 맡아 하기를 부끄리지 않았던 것이다. 시인의 천분(天分)을 이러한 점에서 칭예(稱譽)할 만하다.<본문 중에서>
정지용은 생전 총 세 권의 시집을 출간하였으며, 그중 1935년 '시문학사'에서 출간한 《정지용 시집》이 그의 첫 번째 시집이다.
이 책은 《정지용 시집》 초판본에 수록된 총 87편의 시와 2편의 산문을 원문의 훼손을 최소화하여 현대어로 옮겼으며, 필요에 따라 방언의 의미와 한자는 괄호 안에 넣어 표기하였다.
현대시인 27人의 명시 산책길
詩와 노래가 있는
물소리 바람 소리에
알알이 익어 가는 詩人의 노래
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